임신준비/1

10주 2일 계류유산, 소파수술, 부천삼성미래

O, Bom 2021. 1. 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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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주 정기검진 당시

10주 2일 크기로

임신 종결 판정

-

 

계류유산이었다.

수술은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는 게 좋다고 하셨다.

일주일 안으로

 

수술..

내 인생에도

수술이란 걸 하게 되는구나..

 

병원을 싫어하고

수술이란 건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이냥 저냥 살다 갈 줄 알았는데..

나도 병원을 드나들며

중년을 맞이하게 되는구나 싶다.

 

-

 

간절히 바랬던 일이 잠깐 이루어지는 듯하더니

내 인생에 생각지도 못했던

힘듦이 썰물처럼 밀려온다.

 

유산

수술

 

유산에 대해 알아보면서

수술 말고 약물 배출이란 걸 봤던 터라

선생님께

수술 말고 다른 방법이 없느냐 물었다.

 

선생님은

"보지 마세요.."

"그냥 수술하세요"

 

하신다.

 

수술이 두려웠지만

무슨 말인지 알겠고

금방 수긍이 되었다.

 

배출되는 것을

내 눈으로 보는 것이

끔찍하고

힘든 일이란 걸 

당시 수술을 선택한 것이

잘한 일이라 생각했다.

 

수술이 잘된다면

...

 

시대가 달라졌다 곤하지만

수술이 무탈하게 이뤄지리란 보장이 없다 보니

가능하다면

자궁에 무리가 덜 가면서

좀 더 안전한 약물 배출을 선택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난 10주가 넘는 주수에

계류유산이 되어

 

약물 배출도 힘든 상황으로

수술을 하기로 한다.

 

선생님께서 수술 날짜를 잡고 가라 하셨지만

정신이 없었고

그냥 빨리 병원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병원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일단 무조건 집으로 향했다.

머릿속이 멍했다.

 

집에 도착하니

그제야 눈물이 흘렸다.

허망했다.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을 해야 했다.

 

수술 날 보호자가 필요했으므로

남편의 일정을 참고하여

이틀 뒤로 수술 날짜를 잡아 예약했다.

 

나와는 달리

남편은 최대한 빠르게 날짜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빠르게 하는 게 좋은 거 아니냐며..

역시 현명한 남자다.

 

하지만 난 당시

잘 크던, 잘 뛰던 심장이 멈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당장의 수술이 망설여졌었다.

 

다른 병원을 가봐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초기도 아닌

10주가 넘은 시기의 심정지라..

선생님도 단호하게 말씀하셨고..

 

12주 기형아 검사를 위해

담당 주치의가 아닌

초음파실에서 먼저 알게 된 사실이라..

 

두 번에 걸친 초음파에서 잡아내지 못할 리 없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수술 전

다시 한번 초음파를 보자는 선생님 말씀에..

 

날짜를 잡고

수술 날을 기다렸다.

 

그 시간 동안

왜 최대한 빠르게 수술을 하는 게 좋다 하는지

알게 되었다.

 

신체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심리적인 문제도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

 

이미 심장이 멈춘 아이가

뱃속에 있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괴로움을 일으킨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부터를 시작으로

심장이 멈춘 아이를 품고 있다는

절망감. 슬픔. 괴로움

 

최대한 빠르게 잡은 수술 날짜가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이미 끝난

어쩔 수 없는 일..

 

빠르게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좋다는 말이

와 닿았다.

-

 

수술 전 저녁 12시부터 금식해야 했고

병원에서 준 두 알의 약을 먹어야 했다.

 

먹으라 하니 받아는 왔지만

그 약이 뭔지 궁금해졌다.

 

검색해보니

약물 배출을 하는 분들이 먹는 약이었다.

 

싸이토텍정

 

수술 전 그 약을 처방받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 약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통을 느끼며

배출이 시작되는듯했다.

 

약물 배출을 하는 사람들에게

처방되는 약이었다.

 

두려웠다.

 

배출되는 것을 보지 않기 위해

선택한 수술이었는데..

 

수술을 할 나에게

왜 굳이 이약이 처방되었을까..

 

이 약을 먹고 사람에 따라선

수술 전 모두 배출이 되었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

 

수술도 수술이지만

당시 이약이 더 무서웠다.

 

그리고 수술 전 다시 한번

초음파를 보겠다는 말씀과는 달리

 

이약을 먹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구나 싶은 마음에

약을 먹기 전까지

어지러운 마음이 힘들었다.

 

혹 아직 심장이 잘 뛰고 있는데

이약을 먹게 됨으로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건 아닌지 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끝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늦은 시간에도

통화가 가능한

응급실에 전화를 넣어

다시 한번 확인해보려 했다.

 

계류유산 판정을 받고

병원을 나서기 전 수술을 위해

실시한 피검사에서

임신 종결 확인 또한 하는 것이었는지

계류유산이 확실한 건지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응급실 전화는 연결음만 울릴 뿐

연결이 되지 않았다.

 

수십 통의 전화를 넣었지만

이 전화는 받는 전화가 아닌듯했다.

 

그렇게 12시..

약을 먹기 전까지 수많은 생각

고민. 걱정. 두려움. 슬픔이 가득했다.

 

시간이 되었고

약을 먹으면서

모든 것이 끝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서러웠다.

 

자리에 누웠다.

곧 다가올 복통과

배출이 두려웠다.

 

부디 보지 않고 

끝나길 바랬건만

...

 

몇 시간 뒤 배가 부룩 거리며

가벼운 설사 같은?

한번 뿜어져 나왔다.

 

그 뒤

조금씩 피가 비치기 시작했다.

 

시작이구나..

 

다행히

피가 살짝씩 비치긴 했지만

큰 배출은 없었다.

 

불안했고

두려웠으므로

 

잠이 잘 들지 않았다.

 

내가 두려움을 떨치는 방법은

그 두려움에 맞서 준비하는 것

 

계류유산,

소파수술에 대해 검색을 했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병원으로 향할 시간을 마주한다.

 

병원으로 출발 전

혹시 모를 출혈에 대비하여

입는 오버나이트를 입었고

수술 뒤 입을 수 있도록

입는 오버나이트를 하나 더 챙겼다.

 

수술 후 바로 집으로 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수술 후기에서

수술 후 선생님들이

입고 간 팬티에 생리대를 붙어

입혀준다 하여 준비했다.

 

일이 바빠

임신 후

같이 가보지 못했던 병원을

수술을 위해 함께 출발한다.

 

또 거기서 코끝이 시큰거리며

눈물샘이 터지려 했지만

참아냈다.

 

자기 최면을 건다.

잘할 수 있고

잘 이겨낼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가자.

 

그렇게 도착한 병원에서

수술 전 선생님을 뵙고

초음파를 다시 한번 보았다.

 

마음이 좋지 않을 남편을 위해

초음파는

함께 보지 않는 게 좋겠다 생각했지만

 

선생님은 둘의 일이니

함께하라시며

마지막 초음파를 함께 보라 하신다.

 

선생님께

처음 본 배 초음파로

뱃살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냈었기에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질초음파로 보자 하신다.

 

이 시기 주수면

배로 보는 것이 더욱 잘 보이나

 

나중에 남을 찜찜함을 덜고자

질초음파로 보신단다.

 

약을 먹었으니

이미 끝난 일이 아니냐 물었다.

 

약을 먹는다고 해서

모두 유산이 되는 것은 아니라 하신다.

그러나 유산이 되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초음파실에 들어갔고

여전히 심장은 뛰지 않는다 하신다.

 

아기집으로 향하는 혈류의 흐름도 없고..

마지막 초음파보다 어찌 보면

의미 없을 초음파를 더욱 자세히 봐주시는 느낌..

 

( 이것은 믿기 힘든 현실을 마주한

나의 아쉬움 때문에 일어나는 생각이겠지.. )

 

정말 끝이구나..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수술실로 올라갔다.

 

분만실과 같은 수술실이었지만

벨은 따로 였다.

 

처음 분만실 벨을 잘못 눌러

다시 수술실 벨을 눌려야 했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들어오라 하신다.

 

남편은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고

난 간호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신고 온 신발을 검은 봉지에 넣어 들고

수술실 쪽으로 안내되었다.

 

블로그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수술 전 테스트 주사는 없었고

 

초음파를 볼 때처럼

하의만 탈의한 체

준비되어있는 치마를 입고

수술실에 누웠다.

( 신고 온 양말도 그대로..

티브이에서? 봤던 것처럼

옷을 모두 벗고

차디찬 수술실에 눕는 것을 상상했.. )

 

생각했던 수술실의 모습과는 달랐고

평소 질초음파 보는 것과 같이

하체 탈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너무나 허술!? 한 느낌이 들며

블로그에서 본 짧았던 수술시간만큼

아주 간단한 수술이 구나 싶었다.

 

침대에 누웠다.

수술실은 분주했다.

 

링거를 꼽는다는데..

핏줄 찾기를 힘들어하신다.

그동안 찐 살 때문인가..;;

이런 적은 처음이다..

 

결국 손등까지 내려갔으나

실패/

다시 늘 피를 뽑던 곳에서

바늘 천 뜨듯이

몇 번의 시도 끝에 성공.

 

결국 수술 후에도

여러 날 손등을 덮는 멍이 함께했다.

( 손동의 멍이 흐려지는 것을 보며

내 몸과 마음도 흐려지길 바랬다 )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링거가 장착되었고

자궁유착방지 주사는

수술 후 질 안으로 잘 넣어주신다고

친절히 설명해주신다.

 

산소호흡기가 끼워졌다.

아..

 

곧 담당 선생님이 오셨다.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걱정하지 말라 신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콧등이 시원해지며

잠이 들었다.

 

얼마 후

잠에서 놀라 깨어나듯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깨어났다.

 

수술 침대에서 이동침대로 옮겨지고 있었다.

 

그렇게 옮겨져 수술실 바로 옆

대기실!?로 갔다.

 

핸드폰을 찾아보니

일반적으로 10분 내외 짧은 소파수술과는 달리

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듯했다.

영양제까지 총 1시간이 좀 넘게!? 마무리되었다.

 

뭐가 문제였던 걸까!?

 

특별한 설명은 없었고

영양제를 다 맞고

내려가서 선생님을 뵙고 가라 한다.

 

그렇게 남은 영양제가 들어갈 때까지

누워 있었다.

 

-

수술 전 결제할 때

영양제 선택을 한다.

 

종류가 다양했고

 

큰 가격차이는 아니지만

선택의 여지가 있고

남은 바우처가 많으니

이왕이면 좋은 거 맞자는 심정으로

가장 비싼 것으로 선택했다.

-

 

수술 후 옮겨진

옆 대기실에 누워있자니

또 다른 수술이 이뤄지는 듯했다.

곧이어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도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계류유산

소파수술이라는 경험을 통해

난 전과는 달라져있었다.

 

임신 여부보단

임신 후가 걱정이 되었고

출산보다 더한 슬픈 두려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출산은 기쁨으로 맞이하는 두려움이구나..

그 순간만큼은 출산에 대한 공포가 사라진다.

 

이걸 느끼기 위해 난 또 이런 경험을 하는구나..

 

나의 삶을 돌이켜보면

그냥 수월한 일이 없었다.

 

온몸으로 부딪혀 느끼며 살았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좀 쉽게 쉽게 살아지지 못하는 걸까

...

 

그렇게 영양제가 들어가는 동안 누워있자니

뭔가 모를 홀가분함도 밀려왔다.

 

믿기지 않았던 유산.

수술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놓지 못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이젠 정말 끝이구나 싶은 마음에서였던 것 같다.

 

그렇게 영양제를 모두 맞고

수술실을 나섰다.

 

수술실을 나서

남편을 보고

눈물이 터져 나왔다는 후기들이 많았던 터라

그러고 싶지 않았다.

 

힘든 모습을 보이며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 더욱 힘들 날 알기에

노력했고

그렇게 할 수 있었다.

 

( 수술 전 선생님을 뵙고

오열을 했던 터라.. 가능했을 수도..;; )

 

수술실 간호사 선생님의 안내로

담당 주치의를 보고 가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간호사분들의 친절함에

감사했다.

 

2층으로 내려가

담당 선생님을 보고 가라고 했다 말씀드리니

간호사 선생님이 의아했다.

보통 수술 후 그냥들 돌아간단다.

 

결국 수술실에 확인 전화까지 넣어본 후

지금 선생님이 수술 들어가셨으니

잠깐 기다리라 한다.

 

찜찜했다.

 

뭔가 잘못된 건가..

난 왜 보고 가라 하지?

 

길었던 수술시간도 찜찜한데..

혹시 뭐가 잘못됐나?

물었다.

 

안에 거즈를 넣어놨는데

그걸 빼고 가야 한다 한다.

 

난 좀 다른 경우이긴 한 거다 싶어

불안해하며 기다렸다.

 

왜 거즈를 넣어놨을까... 난.....

 

선생님을 뵈었고

출혈이 많았다 한다.

 

주수가 있어 그런 것도 있고

현재 출혈은

안쪽보다는

자궁경부 입구 쪽에서 나고 있는 것이라 하시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수술 후 지혈을 위해

넣어놓은 거즈를 빼고

새로이 4장의 거즈를 넣어주셨다.

 

무섭지만

...

 

그래 잘됐겠지..

별다른 말이 없으니

잘됐을 거야.. 다독이며

집으로 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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