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준비/1

10주 2일의 임신과 계류유산

O, Bom 2020. 12. 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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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으로 시작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인 이곳에

하나하나 털어놓으며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나와 또는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될

누군가를 위해

 

먼저 그동안의 이야기를

전박적으로 훑으며 정리해본다.

-

 

오랜 시간

임신을 위해 노력이란 걸 해오면서

 

임신이란

나와는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인듯했다.

 

하지만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았기에

나름의 기준과 희망을 갖고

내가 할 수 있는 열심을 계속했다.

 

그러던 중

임신테스트기의 시약선 매직아이가 아닌

두 줄이 점점 진해지는

임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믿기지 않았다.

 

좀 더 확실한 확신이 필요했다.

지금 우리에게 계속적인 확신을 줄 수 있는 건

임신테스트기뿐이었기에

 

신랑이 약국을 방문해

얼리 임신테스트기 구매를 시작으로

인터넷으로 원포 임테기를 대량 구매

...

 

매일 진해지는 임테기

그럼에도 믿기지 않았고

조바심이 났다.

 

다른 사람들이 올려놓은 임테기와 비교하며

왜 이렇게 빨리 진해지지 않나

조바심이 났고

그럼에도 점점 진해지는 임테기에 안심하며

정말 임신인가... 하는 긴긴 시간을 보냈다.

 

생리 시작일 추정

7주가 되는 날 병원을 방문했다.

 

( 초기에 방문하면 심상 소리 듣기 전까지

온갖 무서운 경우의 이야기를 듣는다 하여

7주까지 참았다 병원을 방문했지만

 

좀 더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아기집이 잘 자리 잡았나를 보기 위해

최소한 6주에는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 생각이 든다 )

 

 

초음파를 보신 선생님은

생리일 기준 일주일 정도? 늦은

6주 1일을 이야기해주셨다.

(생리일에 비해

배란이 며칠 늦어지긴 했었다)

 

자궁에 자리를 잘 잡고 있는 아기집,

반짝이는 아기..

우렁찬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

두 번째 병원 방문은 2주 뒤인 8주 검진

-

그동안 불안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주위에서 한 번씩은 들리는 유산 소식이

임신이 믿기지 않는 와중에

불안감을 더해 더욱 불안했다.

 

울렁거리던 입덧이 덜해지면

설마.. 하며 불안했다.

(입덧의 패턴은 다양하다)

 

다행히 두 번째 방문한 병원 초음파에서

예상보다 더욱 잘 자란 아기와

우렁찬 심장소리

둥실둥실

움직이는 아기를 볼 수 있었다.

 

신기했다.

그럼에도 계속 믿기진 않았다.

 

나에게

내 배속에

이런 생명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예정일이 앞당겨졌다.

늦었던 배란일을 참고하니

얼추 맞아지는 주수였다.

 

불안해하는 나에게

선생님은

이 정도 되면 유산의 위험은 거의 없다며

안심시켜주셨다.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다음 검진은 한 달 뒤에 보자고 하셨다.

 

그럼에도 난 계속 불안했다.

 

왜 그랬을까..

본능이었을까..

 

10주 차 들어서는 시점

소변을 보고 나니

변기에 갈색 분비물이 보였다.

갈색 혈이 아닌

찌꺼기 같은 분비물이었다.

 

그전에 큰일을 보면서 힘을준 탓인가?

생각됐다.

 

초음파에서도 보이지 않던 

어딘가에 고여있는 피가 나왔나?

 

하면서도 피고임은 전혀 없었는데..

하는 찜찜함은 계속됐다.

 

그러면서 폭풍 검색이 다시 시작되었고.

이 시기 아이가 커지면서 

주변 혈관? 이 터지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인 듯 보였다.

 

양이 많지도

계속되지도 않았다.

 

3번 정도 미약하게 보였다.

결국 시기적으로 보니

아이가 마지막으로 자란 사이즈의 시기였다.

 

이것이 계류유산을 알리는

증상, 신호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분비물이 나올 당시

주치의에게 문의하니

그 정도는 괜찮다.

 

피 비침이 시작되거나

배 통증이 있으면 내원하고

아니면 검진 날 보자고 하셨다.

 

그 후

 

먹으면 속이 좋지 않아 많이 먹지 못하던

입덧이 사라졌다.

한동안 머리도 맑아진 느낌이었다.

 

설마 싶었다.

불안했다.

 

검색해보면

입덧이 있다가도 없다

다시 생기고를 반복하며

 

사람마다

강도와 시기도 달랐다.

 

별수 있나

불안하고

걱정되지만

믿고 다음 검진일까지 기다려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중지하기로 했다.

 

그 뒤로 먹고 나서의 울렁거림과

소화 잘 안 되는 것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냥 입덧의 패턴이 바뀌었구나 생각했다.

-

 

드디어 12주 검진일

살짝 불안은 했지만

설마 하며 마음은 많이 쓰지 않았다.

 

그러나 계류유산은

별다른 증상 없는 것이 특징으로

정말 생각지도 못 한순간 알게 되어

더욱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므로 무슨 일이 있든

마음은 단단히 먹기 위해 노력했고

 

'난 강하다'를 속으로 외치며

병원을 방문했다.

 

오늘은 기형아 검사가 있으며

이것을 잘 보내면

이제 안정기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담당 선생님을 뵙기 전

기형아 검사를 위해

초음파실로 안내되었다.

 

드디어 배 초음파다.

 

초음파를 보는 와중에

걱정이 되어

심장은 잘 뛰고 있냐 물었다.

 

심장이 안 뛰고

아기 사이즈가 작다고 한다.

 

무너진다.

 

하지만

이런 순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

만약을 항상 염두에 두고자 했던 것이

도움이 된 건지..

 

담담하게

받아들여지는 듯했다.

 

잘못된 거냐 물으니

많은 안타까움을 내비치며..

선생님을 뵙고

다시 초음파를 보라고 한다.

 

확답은 하지 않지만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만약을 기대했지만

담당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안타까움을 내비치셨다.

 

아직 초음파도 보기 전인데..

 

아...

 

"선생님 그럼 초음파는 다시 보지 않나요?"

 

좀 더 확실하게 알고 싶었다.

 

당연히 보신단다.

 

하지만

초음파를 보기 전부터

이미 답은 나와있는 듯했다.

 

배 초음파로 보이는 아기는 컸다.

이제 진짜 사람 같은 보습을 하고 누워있는데..

 

심장은 뛰지 않고

10주 2일 사이즈라고 하신다.

 

정신이 없었다.

 

초음파를 너무 대충 보는 건 아닌가 싶었고.

 

그동안 질초음파를 보다

처음으로 배 초음파를 봐서

내 뱃살 때문에..

아이가 작아 보이는 건 아닌지..

심장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건지..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멍한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신다.

 

속상하다.

 

수술 날짜를 잡고 가라고 하신다.

최대 일주일 안에 수술을 하자하시며

최대한 빠르게 하는 게 좋다고 하신다.

 

하지만 정신이 없었고.

 

우선 이곳을 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수술 시 보호자가 필요했다.

 

남편과 상의해서 날짜를 정해야 하니

전화를 드린다 하고

빠르게 병원을 빠져나왔다.

 

이렇게 나의 임신은 

짧게 끝이 나는구나..

 

이 과정에서 또 많은 것을 경험하며 알게 되었다.

많이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그동안 나의 무지함이 독이 되어 돌아온 것 같았다.

 

앞으로 그것들을 하나하나

적으며 정리하려 한다.

 

최대한 감정을 배재하고

담담하게

이 순간을 받아들이고

다시 앞으로 나가야지..

 

순간순간

한 번씩 무너지지만

 

맥을 놓고 슬픔에 잠기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걸 알기에

몸 추스르는 것에 집중하며

힘을 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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