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크게 있는 명절 중 하나인 설이 지나갔다.
다들 친인척들과의 기쁜 날들을 보내다 왔길 바란다.
사실. 기쁨도 기쁨이지만 정신적 데미지를 입고 온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이 든다.
이런 광고도 있었다고 한다.
직장, 결혼, 공부 이런 얘기를 하며 걱정스러운 잔소리보단
힘내라는 한마디 하자고..
덕분에 우리도 시댁에서 힘내라는 한마디 듣고 왔다.
또한 동서라는 걸 맞이하고 처음 맞는 명절이었다.
곧 동서가 생긴다는 사실에 주위에선 우려 아닌 우려의 말들을 많이 해주셨다.
그 말에 난 내가 잘 못하니 동서가 들어와 잘하면 난 더 좋을 것 같다는 어리숙한 말을 하곤 했지..
직접 경험한 동서라는 존재에 대한 편치 않은 찜찜함을 요번 명절에 조금 느끼게 되었다.
사실 결혼하고 관리비 하나 내는 것도 힘들었던 우린.
명절 때마다 뭐하나 제대로 사들고 들어간 적이 없었다.
사실 그것에 대해 크게 생각한 적 없었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왔었다.
우리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시댁에서도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리라 생각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요번 동서는 결혼식을 함에 있어
우리와는 달랐다.
시엄마는 나에게 이 친구들도 우리와 같이 서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지만.
신랑에게 전해 들은 말은 서로 돈이 오가고 예물 예단이 오고 가는듯했다.
덕분에 우리도 조금의 콩고물을 얻어먹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고,
설 명절에 집에 오면서 술안주라며 과메기며
작은아버님 드린다고 과일. 어머님 드린다고 망고 커피 등 선물을 한 보따리 안고 왔다.
그중 커피는 어머님이 작은 애들이 우리 먹으라고 가져왔다며 우리에게 챙겨주신 것 같다.
하지만 우린 시댁과는 다르게 커피를 내려먹는 기계가 없었음에도
우리에게 선물이라고 놓인 드립 커피세트.
나중에 든 생각이 이건 우리에게 온 선물이 아니었구나 였고.
설령 정말 우리를 생각해서 사온 선물이라면
커피를 내려먹는 집이 얼마나 된다고 당연하게 내려먹는 커피를 선물한단 말인가....
정말 우리를 생각한 선물이 아닌.
보여주기식 선물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없는 형편에 손 아랫사람에게 받는 이런 선물은 기쁨도 잠시 부담으로 다가온다.
시댁 선물하나 사 가지 않은 우린
서방님 네가 내놓는 선물 보따리에 기분 좋지 않은 주눅이 저절로 들어졌다.
없는 우리가 잘못이긴 하지만..
이런 기분이구나를 느꼈다.
아.. 이래서 그런 말들을 해줬었구나...
그제야 가슴에 훅! 와 닿았다.
함께 동서라는 존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어
몸담고 있는 카페에 동서라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나온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어나갔다.
아.. 이렇게 서로를 견제하는 절대 친해질 수 없는 존재들이구나 싶은 깨달음이 왔다.
난 처음 동서라는 존재가 생김에
시댁에 새로운 동지가 생긴다는 생각에 기뻤다.
굳이 친해지려 노력하진 않아도
시댁에 있는 동안은 같은 다른 성을 가진 다른 집안의 여자들이란 점이
존재만으로도 위안을 받으리라 생각했었다.
처음 맞은 설 명절에 나의 생각은 틀리지 않고
위안도 되고 힘도 되었지만
그보다 앞으로 골치 아픈 일들이 생기리라는 새로운 불안감까지 생겨났다.
감기에 걸려온 동서는 밥 먹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고
난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하는 게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냥 설거지를 하고 있는 내내 기분이 그랬다.
아무리 어머님이 약 먹고 좀 쉬랬다고
당연하다는 듯 바로 방으로 들어가면서
아파서 들어가 좀 쉴게요.. 라는 말 한마디 없이.
바로 쏙 방으로 들어가는 그 행동이 석연찮은 기분을 만들어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일이 있으려나... 하는 불안감을 안은 채..
찜찜한 기분을 안고 시댁 설을 치러내고 왔다.
그래 많이 힘들었겠지...
하면서 이해하려 하지만 기분이 좀 별로 이긴 하다.
결혼 전부터 봐온 그 아이는 당찬 여우이긴 하지만..
나쁜 아이 같지는 않았으니까..
앞으로 보면 알겠지만.
적어도.
정도가.
생각이 있는 친구이길 바란다.
그리고 요번 설을 보내며
한가지 느낀 선물이란 것에 대한 생각.
본인의 필요에 의한 선물이 아닌
상대방을 진정 생각해야 정말 선물이란 의미가 맞아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