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현실에 감자
어제저녁 임신 관련해서
신랑과 은근한 신경전적인 싸움을 하고...
오늘 신랑을 출근시켜놓고
다이어트한답시고 감자를 삶아 먹으며 앉아있다 보니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눈물이.. 뚝뚝.....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해보면
30년 넘게 피임을 하다 겨우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한 건데..
노력을 하다 보니 잦은 실패와 주위에서 들려오는 임신 소식으로
알게 모를 심리적인 압박감이 있었나 봐요.
특히 동서의 임신 소식이...
저는 아이가 안 생기더라도
병원을 다니고 하면서 너무 애쓰고 싶지는 않거든요.
안 생기면 안 생기는 데로 그렇게 그냥 우리 삶을 살자..
라고 생각하고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요번 동서의 임신 소식과
카카오톡에 올려대는 사진과 멘트들에
알게 모르게 신경이 쏠리면서 빨리 임신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자리 잡고 있었나 봐요.
생기지 않는 아이 때문에 둘이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는 현실에 눈물이 났어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아이가 안 생긴다면 그건 우리의 숙명인 걸로 받아들일 거예요.
산부인과 난임 센터를 다니며 내배에 주사를 꼽고
인공수정을 하고..
하는 일들은 제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힘든 현실임은 틀림없어요.
그렇게까지 내 삶이 불행한 지옥에 갇혀 생길지 안 생길지 모를 아이에 대한 집착으로
내 삶을 지옥에서 보내긴 싫어요..
다시
나 와 나의 베스트 프렌드 신랑과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집중할 거예요.
우리가 이렇게 행복하고 건강한데
그 와중에도 아이가 찾아와주지 않은다면
저도 더 이상 억지로 무언가 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렵니다.
그냥 제가 그렇게 생겨먹은 것 같아요.
무슨 일이든 편하고 순리대로.
넘치는 것을 싫어하고 단백한 실용적인 삶을 좋아하다 보니
내 삶이 모두 그렇게 흘러가지는 거겠죠.
그냥 그렇게 나 생긴 데로 소소하게 살다 가렵니다.
아이가 있다면
더욱 행복하고 유익한 삶이 되겠지만..
하..
날이 참 덥네요.
배란 테스트기도 참.. 야속하게 배란일이 언제인지 알려주지 않고..
그런데 그 와중에 이미 배란이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아랫배가 웅웅거리고 싸하니 아픈 것 같더니
이제 별다른 반응이 없네요.
요번 달도 그냥 이렇게 흘러가는가 봅니다.
어서 다른 즐거움을 찾아야겠어요.
이 절망감과 슬픔 안에 갇혀버리기 전에...
님들의 남은 오늘 하루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